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공간을 디자인하라
정림건축의 기본을 되새기다 - 5한국외환은행 본점과 대구은행 본점은 지난 50년 정림건축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지난 시대 정림건축의 선배들이 불확실한 상황과 여건을 기회로 바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한국외환은행 본점과 대구은행 본점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은행건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한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선배들이 전하는 건강한 건축에 대한 가치는 지난 50년 동안 정림건축에서 수행한 수많은 프로젝트에서도 볼 수 있는 가치로 ‘정림건축의 ’기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79년 대구은행 본점 설계의 PM이었던 홍성린 선배를 만나 후배 건축인들의 고민을 물어보았다. 설계 당시 선배들의 고민과 현재 우리의 고민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Q1 대구은행 본점 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입니까?
대구은행 본점은 한국외환은행 본점과 더불어 1970년대를 정리하면서 1980년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은 건축물입니다. 특히 대구은행 본점은 대구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봐야 할 프로젝트입니다. 대구은행의 지역경제 및 금융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와 함께 상승됨으로써 그 가치는 더욱 고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은행 본점은 포디움과 타워 매스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물리적인 것과 디자인 자체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이유는 5,500평의 대지 위에 10,000평 규모의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로 은행의 기능이 원활히 수용될 수 있도록 영업 부문과 사무 부문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디자인 측면에서 대구은행 본점은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대구 시민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의장요소에 통일성을 주어 건물 형태가 안정감을 갖도록 설계하였습니다.
Q2 한국외환은행 본점은 대구은행 본점의 설계팀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1970년대는 한국 경제 발전의 도약의 시기였습니다. 이에 부응하여 우리사회에서 건축 붐이 일어났고 은행건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외환은행은 한국은행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본점 건축물을 위한 현상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정림건축은 초청 형식으로 진행된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되었고, 이후 산업은행 본점, 신탁은행 본점 등의 현상설계에서도 연속해서 1등을 차지하면서 은행건축설계부문의 중요한 회사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외환은행 본점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많은 고객이 드나드는 영업장과 직원의 업무공간을 엄격히 구분하여 개방적이기보다는 약간은 폐쇄적이면서 중후한 분위기를 주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 방식은 차후 정림건축에서 설계한 많은 은행건축 설계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대구은행 본점도 한국외환은행 본점 설계의 기본 방침이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보다는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중후한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Q3 설계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1980년대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금고시설, 대여금고, 보안시설을 대구은행 제1본점에 설치한 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선큰가든을 도입한 점도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이후 무역센터에서 선큰가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으나 대구은행 본점 설계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또한 차를 타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인 뱅크도 계획하였는데 실현되지는 못하였습니다. 현재는 은행 자동화 기계시스템이 어디에나 널리 보급되어 드라이브인 뱅크는 필요 없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Q4 대구은행을 설계한 건축가로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무역센터보다 앞서 선큰가든을 도입한 것과 대지 코너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대규모 플라자를 계획한 일입니다. 플라자는 건축주인 대구은행이 시민들을 위하여 대지 코너의 상당 부분을 내놓은 공용공간입니다. 높은 대지 가격을 고려할 때 당시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Q5 오늘날 대구은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대구은행 본점이 1980년대 건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대구은행 본점 건물은 대구지방의 건축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일은 대구은행 건축주가 건축가를 신뢰하고 건축가의 설계의도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으며 시공, 유지관리 부문에서도 최선을 다 해준 점입니다. 아직까지도 건축가로서 매우 고마운 일입니다.
Q6 앞으로 정림건축을 이끌어 갈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정림건축의 후배들과 현재 진행 중인 대구은행 제2본점을 설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건축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완성된 공간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이기에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작품성이 좋아서 건축가 자신의 명성을 알리고 싶은 건축도 있지만, 그 공간에서 사용자가 불편해 한다면 가장 근본적인 잘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구은행 제2본점과 제1본점에는 3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1980년대는 은행 업무에서 영업장이 가장 중시되는 시대였으나 현재 또는 미래에는 은행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객장의 면적이 많이 축소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건축가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앞선 생각을 가지고 미래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을 개발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정림건축의 기본을 되새기다”, , 《Junglim Architecture Works 2013》 발췌 재구성